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기능 나열형 카피'와 '상황 묘사형 카피'를 같은 채널에서 같은 기간 동안 돌려봤고, 클릭률 차이보다 그 이후 체류 시간 차이가 훨씬 크게 갈렸습니다. 카피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면 클릭률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 어떤 상황에서 비교했는가
작년 하반기에 소형 가죽 소품 공방 계정을 운영하면서 스마트스토어 유입용 블로그 콘텐츠를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눠서 썼습니다. 월 광고비는 따로 없었고, 블로그 자체 유입만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소재는 '여권 케이스'로 동일했고, 키워드도 같은 걸 넣었습니다.
첫 번째 글은 기능 나열형. '국내가죽 사용, 카드 3매 수납, 사이즈 00mm, 맞춤 제작 가능' 이런 식으로 제품 스펙을 중심으로 풀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처음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방식이 이거였습니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다 설명이 되는 것 같거든요.
두 번째 글은 상황 묘사형. '해외여행 전날 가방 정리하다가 지갑이 너무 두툼하다 싶어서…' 로 시작해서, 그 맥락 안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쓰는 데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렸습니다.
■ 클릭은 비슷했는데 체류에서 갈렸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통계 기준으로 두 글의 유입수는 3주 기준으로 비슷했습니다. 키워드가 같으니까 당연한 결과였고, 여기까지는 별 차이 없었습니다.
갈린 건 체류 시간과 스마트스토어 유입 링크 클릭이었습니다. 기능 나열형 글에서는 페이지 하단 링크까지 내려온 흔적 자체가 적었고, 상황 묘사형 글은 스토어 링크 클릭 수가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엔 표본이 너무 작아서 숫자보다는 방향의 차이로 이해해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 해석은 이렇습니다. 기능 나열은 이미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한테 유리하고, 상황 묘사는 '나 이거 필요했네'를 끌어내는 데 유리한 것 같습니다. 소형 공방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곳에서는 후자가 먼저 작동해야 전자가 의미가 생기는 구조인 것 같고요.
■ 두 방식을 섞었을 때 생긴 문제
중간에 두 방식을 한 글 안에 합쳐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부분은 상황 묘사로 시작하고, 뒤에서 스펙을 정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결과는 애매했습니다. 앞의 묘사 부분이 길어지면 뒤 스펙을 읽기 전에 나가고, 스펙을 앞으로 당기면 도입부의 맥락이 끊겼습니다. 글 하나에서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시키려다가 어느 쪽도 제대로 못 한 느낌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둘 다 잡자'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다시 보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 글의 성격이 흐릿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 이건 안 통했습니다
상황 묘사형이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같은 방식을 인스타그램 캡션에도 그대로 적용해봤습니다. 블로그에서 잘 됐으니까 인스타에서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응이 오히려 블로그보다 떨어졌습니다.
이후에 알게 된 건 인스타 캡션은 길게 읽히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는데, 처음엔 그냥 카피 방식의 문제로만 봤습니다. 채널 특성을 무시하고 콘텐츠 방식만 들고 이동한 게 실수였습니다. 왜 블로그에서는 됐는데 인스타에서는 안 됐는지에 대해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고, 플랫폼 소비 방식 차이 말고 다른 변수가 있었는지는 솔직히 확신이 없습니다.
카피 방식을 바꾸기 전에, 어떤 채널에서 어떤 상태의 사람이 읽는지를 먼저 잡는 게 순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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