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전환율·ROAS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작 이탈이 어디서 나는지 못 봅니다. 저는 석 달 동안 구매 완료 데이터만 쌓다가, 어느 날 우연히 장바구니 이탈 경로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뭘 잘못 보고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 어떤 상황이었는지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는 소품샵입니다. 월 광고비는 메타 위주로 35만 원 안팎. GA4 붙여둔 지는 꽤 됐는데, 솔직히 그냥 세션 수랑 전환율 탭만 주기적으로 열어봤습니다. 숫자가 크게 이상하지 않으면 '뭐,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넘겼던 것 같습니다. 전환율이 2%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딱히 떨어지진 않으니까 건드릴 이유를 못 찾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매출이 광고비 대비 딱 그 자리에서 머물고 있었다는 겁니다. 세션은 조금씩 늘었는데 매출은 안 늘었습니다. 이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어야 했는데, 당시엔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라고 넘겼습니다.
■ 실제로 데이터를 다시 뜯어본 지점
넉 달 전쯤, GA4에서 '유입→장바구니 추가→결제 시작→구매 완료' 단계별 이탈을 퍼널 탐색으로 뽑아봤습니다. 그전까지는 이 화면을 거의 안 열었습니다. 전환율만 보면 다 보이는 줄 알았으니까요.
뽑아보니까 '결제 시작→구매 완료' 구간 이탈이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장바구니까지 담은 사람 중에서 결제를 완료하는 비율이 절반이 안 됐습니다. 전환율 2%라는 숫자는 이 이탈이 이미 반영된 결과값이었는데, 저는 그 숫자 뒤에 어디서 빠지는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다음으로 기기 분류를 쪼개봤습니다. 모바일 세션이 전체의 80% 가까이 됐는데, 모바일 기준 결제 완료 비율이 데스크탑 대비 눈에 띄게 낮았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지금 캡처를 찾기 어려워서 적진 않겠지만, 차이가 크다는 건 체감상 분명했습니다. 그때서야 모바일 결제 화면을 직접 들어가서 눌러봤는데, 배송비 안내가 결제 직전에 뜨는 구조였습니다. 처음부터 노출이 안 됐던 거였습니다.
■ 바꾸고 나서 달라진 것
배송비를 상품 상세 상단에 고정 노출하도록 바꿨습니다. 추가로 모바일에서 버튼 위치가 화면 밖으로 밀리던 부분도 수정했습니다. 이건 직접 폰으로 들어가봤을 때 발견한 거라 도구 힘이라기보다 그냥 눈으로 본 겁니다.
바꾸고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장바구니→구매 완료 구간 이탈이 줄었습니다. 전환율 자체는 크게 점프하진 않았고, 0.3~0.4%p 정도 올랐습니다. 劇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광고비는 그대로인데 구매 수가 소폭이라도 늘었으니 방향은 맞았다고 봅니다.
■ 이건 안 통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유입 소스별로 전환율을 비교해서, '메타보다 네이버 유입 전환율이 높으니 예산을 옮기자'는 판단을 했습니다. 세션 수가 워낙 작은 상태에서 비율만 보고 결정한 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 쪽 유입량 자체가 적어서 유의미한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었고, 메타 예산을 줄였다가 그달 세션이 확 빠졌습니다. 표본이 작은 데이터로 비율 비교를 하면 방향을 잘못 잡기 쉽다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확신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좀 어이없긴 합니다.
전환 데이터는 결과고, 이탈 경로는 원인입니다. 저는 결과만 보면서 원인을 고치려 했던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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